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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중을 준비하며 미술입시 하는 아이를 가진 엄마의 일상

astranger 2025. 3. 25. 12:01

딸 아이는 학교에서 일주일 중 하루를 제외하고는 모두 6교시다. 오후 2시 30분 경에 수업이 끝나고 학교 밖으로 나와 만나면 2시 43분경. 평일은 매일 오후 3시부터 미술학원 수업이 시작되므로 바로 학원으로 데려줘야 한다. 

 

학원 수업을 밤 9시 20분 경에 끝나므로, 저녁식사를 학원에서 먹어야 한다는 뜻. 

그러므로 오후 5시 반 쯤 먹을 저녁 도시락은 아이 하교 전에 완료 되어 있어야 하고.

그리고 아들도 있다. 예중을 준비하지는 않지만 학교 생활을 즐겁게 하고 학원을 다니며 사교육도 받는, 보통의 아이들과 같은 우리 아들도 챙겨야 한다. 

 

나의 평일 일과 

아침 7시에 알람 - 하지만 잠이 너무 많은 관계로 한번에 못일어나고 7시 2~30분경 자리에서 일어난다.

아침 준비 - 장조림계란버터밥, 간단한 김밥, 플레인요거트와 과일과 삶은 달걀, 연어 구이와 푸실리 콜드 파스타 와 같은 간단한 것 위주로 준비하고

8시30분에 시작하는 운동을 가면서 아이들을 내려준다.

운동이 끝나고 씻고 집에 오면 9시 50분경인데, 이 때 날씨에 이상이 없으면 (눈비가 오지 않고 미세먼지가 없으며 영하로 내려가지 않고 너무 덥지도 않은 - 사실상 우리나라에서 더는 찾아보기 힘든 날씨라고도 볼 수 있지만) 강아지 산책을 시킨다.

산책은 주로 한시간~한시간 반 정도. 

커피를 내려서 신문을 읽고 책을 좀 읽는다. 청소기를 좀 돌린다. 설거지도 좀 한다. 

금방 오후 1시가 되는데, 이 때 부터 도시락을 준비.

도시락과 함께 오후 간식도 준비한다. 차 타고 미술학원으로 이동하는 아이가 먹기 좋게끔, 그러면서도 혼자 하교하고 돌아온 아들의 입이 즐겁도록.

2시30분- 아이의 미술용 도구가 잔뜩 담긴 키트와 도시락통, 거대한 스탠리 물병 (수분 섭취를 기원하며)이 담긴 가방을 주렁주렁 들고 딸 아이를 데리러 나간다.

2시 55분 - 학원에 내려준다

3시 15분 - 집에 돌아와 아들의 숙제를 지켜보고 (감시하고) 그 이후엔 별로 하는게 없는거 같은데 정신이 없고 금방 시간이 간다.

4시30분 - 저녁 준비

5시 - 아들이 6시경에 학원 셔틀을 타고, 5시 즈음 퇴근해서 돌아온 남편도 먹을 수 있게끔 저녁식사 시작

6시 - 아들은 학원으로 떠나고, 나는 설거지를 하거나 (종종 남편이 도와주기도) 이때부터 약간의 자유시간이지만 뭔가 자유도 아닌것 같고 애매한 기분으로 딸 아이 학원 마치고 집에 올 때까지 시간이 붕 뜬다.

9시 35분 - 딸 아이 하원

10시 35분 - 아들 하원

 

나는 이런 사람이 아닌데

이런 삶은 내 생애 한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일이었다. 

지극히 개인주의적이면서도 (내 행복과 안위가 우선) 여유를 가지고 정신은 맑게 사는 태도를 지향하며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아이들이 자라니 내 삶의 중심으로 아이들의 일과가 이렇게나 불쑥 치밀고 들어올 줄은, 한때는 내가 '애들 매니저처럼 어떻게 살아?' 하고 상상도 할 수 없던 영역의 일들을 하게 될 줄은 (예를 들어 도시락 싸기, 아이들 학원 라이드 하느라 이리저리 뛰기 등) 나도 서서히 이렇게 되기까지 전혀 예상할 수 없었다.

 

아이가 그렇게 간절히 원하는 목표가 있으니 엄마가 이렇게라도 도울 수 밖에. 

 

초등부터 하는 미술 입시에 대하여

예전엔 딸이 마냥 안쓰럽고, 입시에 맞춰 모두가 칼춤을 추는 것 같은 이런 과한 현상 때문에 입시판 전체에 대한 분노가 일렁였었다. (그리고 AI가 다 해주는 시대에 모두가 다 정답이 있는 정연한 그림을 그리는게 무슨 소용이 있어, 책을 많이 읽고 남들과 토론으로 생각을 공유하면서 깊이 있는 사람이 되어야지, 다양한 경험을 해서 여러 아이디어를 연결 해서 스스로 사유하고 만들어 낼 수 있는게 우선이지! 하는 무의미한 원론적인 문제의식만 가졌었고 사실 지금도 그 생각은 여전하긴 하다)

그런데 내가 바쁜 것과 마찬가지로, 반대로 내 딸아이의 일과를 들여다보면 그 어린 나이에 그 작은 체구로 매일매일 공부-그림-다시공부와 같은 지독히도 단순화된 일과를 긴 시간 동안 해낸다는 것에 경외심같은 감정이 들기도 한다. 

 

엄마는 조용히 응원할게. 힘내. 사랑해. 아프지만 말자?